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하던 중이었다. 핫딜 게시판이라는 곳에 올라온 글이 메인 추천란에 뜬 것을 발견했다. 대충 레토르트 식품, 햄버거인지 완자인지가 올라와 있었다. 반찬 해먹기도 귀찮고, 대충 싼 것 같아서 구매를 했는데-
이게 도착까지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같은 날 주문했던 컵라면 두 박스가 있었는데, 이걸 다 먹어갈 때쯤이 되니까 물건이 도착한 것이다. 심지어 이 컵라면도 재고부족이라며 조금 늦게 도착했던 것인데. 무슨 오류로 인해 한정된 수량만 판매해야하는 것을, 주문 전체를 받아버려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당 판매글에서 안내를 하고 있었다. 일주일인가, 이주일의 시간이 흘러서 배송이 계속 지연되고 있고 환불처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이때쯤만해도 "어디까지 가나 한 번 보자"며 주문취소도 않고, 계속 기다렸다. 그리고 상술했듯, 한달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 물건을 받았다.
사실 소비자로서 그리 현명한 행동은 아니다. 물건을 아무리 싸게 산 들,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과 일정한 위험에 노출되는 부담과 비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 행동은 분명 손해가 더 큰 행동이었다.
첫째로 저 돈이 묶여있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을 때의 기회비용과, 둘째로 결국 배송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슈-배송 과정이건 물품이 도착한 이후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들과, 셋째로 물건 자체를 내가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는데 한달을 멍하니 기다렸으니.
물론 저렇게 행동했던 이유는 있었다. 쇼핑 사이트가 중개를 하니 환불이야 금방 받을 수 있고, 물건이 문제가 있어도 바로 반품이 가능한 시스템이지 않은가. 물론 성가시긴 하지만.
그런데 이렇게 되고보니,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게 느껴진다. 환불이 안되는 사태까지 올 수도 있다 하니... 상황이 어떻게 굴러갈지 가늠이 잘 안되긴 한다. 지금 배째라 하는 곳도 있고,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쪽도 있고.
이쯤되고 보니 저게 진짜 주문 오류때문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까지 몇달간의 간극이 있긴 한데, 일단 최대한 현금을 확보했다가 순차적으로 푸는 식의,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행동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고. ...에이 설마...
뭐가 됐던지 간에, 최근에 인터넷 쇼핑몰 거래를 좀 꺼리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에 쿠팡에서 빈 박스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물론 금방 교환받기는 했지만) 내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근처의 누군가가 택배박스를 도둑맞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런 일들을 이제껏 거의 겪지 않다 이러니 더 당황스럽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