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기묘한 시즌이다. 성장메타로 들어온 이후 기억에 남는 평가가 몇 있는데 세 개만 꼽자면 이하와 같다.
첫째. 역대급으로 부캐 성장이 편해진 시즌이다. 일정 레벨 이상 본캐로 성장을 해놓으면, 본캐가 성장한 만큼 부캐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게임의 중간 진행단위에 위치한 기존 유저가 증발해버려, 그들과 파티 플레이로 부대끼며 성장해야 하는 신규유저들은 더 큰 진입장벽을 겪어야 했다.
둘째. 일반적인 유저들은 골드가 부족해서 난리인데, 특정 구간에서 성장을 포기한 유저들은 골드를 찍어내서 골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켰다는 거다. 일반 유저들은 단순히 장비를 성장하는 것만으로 게임 내내 골드와 인던 재료를 빨아먹혔는데, 성장을 포기하고 골드만 파밍한 쪽은 게임의 경제를 박살낼 정도로 골드를 풀 수 있었다는 이야기.
셋째. 최고 난이도 던전에서 수준에 맞는 버퍼가 구해지지 않아 버퍼난이 닥쳤다. 결국 명성지원, 버퍼육성 이벤트 등등을 하여 강제적으로 버퍼를 끌어올리는 게임 내외적인 조치가 있었다. 그런데 성장단계에선 딜러에 비해 버퍼가 육성하기 쉽지 않아 파티 플레이를 하는 버퍼들은 딜러난을 겪어야 했다.
이래저래 뜨겁지만 차가운 시즌이었다. 결핍과 과잉도 아니고 이건 뭔....
사실 이러한 흐름은 기존에 던파에서 문제가 되던 요소들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던파 시스템의 대개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로, 성장시스템은 모험적인 수였고, 이번 시즌은 이러한 성장 요소를 제대로 굴러가게 만들기 위한 끝없는 시도의 연속이었다.
성장메타의 시작은 지나치게 가혹했다. 캐릭터 하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그걸 백업해 주는 캐릭터가 세 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었다. 그리고 성장한 캐릭터를 백업해 주기 위해선, 백업해 주는 캐릭터들도 또 다시 백업을 요구했다. 제작진이 의도한 플레이를 하면 할 수록 고단해지고 정체되는 것이 시즌 초의 던파였는데, 시즌 초 특유의 활기로도 이게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아서 던파는 온갖 재료 아이템을 이벤트로 풀었다. 그리고 이것은 성장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90퍼센트 세일을 하기까지 계속됐다. 애초에 성장 시스템은 출시 직후부터 지속가능한 형태가 아니었다 인정되었던 셈이다.
이 성장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찾아온 것이었다. 첫째, 아이템 획득에 있어서 운적인 요소의 축소. 두번째가 강화, 증폭으로 인한 골드 삭제가 사라지다보니 그를 대체하기 위한 골드 소모처의 생성.
강화와 증폭 등을 계승하게 만들었다보니 골드를 소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유저들의 주머니를 저런 식으로 턴 건데, 이게 지나치게 가혹했다. 들어가는 골드가 살벌해서 성장시스템의 대전제인 '던전을 돌 수록 강해진다'가 부각되는 게 아니라 '던전을 돌면 가난해진다'는 것이 부각되어 버렸다. 심지어 과거의 레이드처럼 초대박이 나오는 시스템도 아닌데. 거기다 성장하는 시스템이 복잡해서 아이템 성장을 단순화시키는 업데이트만 몇번을 반복했다. 그러고도 불편함과 이런저런 부담이 채 다 가시질 않아 아예 재료 장비를 갈면 성장재료가 쌓이는 식이 되었고, 결국엔 이벤트 식으로 은근슬쩍 간을 봤던 성장재화의 1/10화도 아예 픽스해버렸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불쾌했던 경험이 바로 던전 도는 시간만큼 창고를 뒤적거리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이건 지금도 커스텀 아이템 옵션 뒤적거리는 걸로 지속되고 있지만, 이전엔 이게 더 길고 짜증났고 심각했다. 원하지도 않는 아이템이 창고칸을 계속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 주는 스트레스를 제작자들은 진짜 몰랐던 걸까?
그렇다면 대체 왜 가장 많이 골드 등을 소모하는 강화와 증폭을 계승하도록 만든 걸까? 이건 몇년 전에 있었던 리셋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새로운 시즌으로 들어가니, 기존 아이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새로운 나오는 아이템의 가치를 부각하는 소위 리셋을 시도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유저들이 탈탈 털려 나갔다.
보통 구 시즌 종결 아이템의 가치는 새로운 시즌의 중상급 정도의 위치에 해당하곤 한다. 종결 아이템의 가치를 0으로 만드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행위이고, 실제로 이를 간과한 던파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당시 던파는 교환아이템의 비중을 점차 낮추던 상황이었다. 특정 상황에서 에픽 이상으로 요긴하게 쓰이던 유니크 아이템들의 위상은 더 이상 현역으로 쓰이지 못할 정도가 되어 버렸고, 최고 난이도 던전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에픽 아이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다. 즉, 목표 아이템을 얻는 난이도는 이전에 비할 바 없이 쉬워졌는데, 캐릭터도 아닌 아이템에 투자된 비용은 전혀 회수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상 아이템의 가치를 0으로 만드는 하드 리셋이었고, 이는 기존 유저간의 거래가 활성화된 던파의 구조와 업그레이드 메타, 증폭 이벤트 등을 생각하면 사실상의 기망행위로까지 여겨질 수 있는 것이었다.
'또' 그렇다면 왜 저렇게 에픽 등급 이하의 아이템은 잡템이 되어 버린 것일까. 그건 또 그로부터 몇년 전에 있었던 키리의 약속과 믿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의 던파는 12강, 13강을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예전의 던파는 매너7강이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강화가 어려운 게임이었다. 10강까지 가면 어지간한 던전은 무리없이 다 즐길 수 있는 수준의.. 하지만 이게 키리와 약속과 믿음이라는 것이 터져버리면서 순식간에 12강으로 강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버린다. 지금의 안전강화나 새김 계승같은 게 없던 시절인데도. 더군다나 당시 던파는 지금과 달리 비교적 낮은 수준의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도 최고 던전에서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기에, 저런 식으로 고강화된 아이템은 두고두고 게임의 발목을 잡을 것이 명백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후 던파의 행보는 이러한 고강화 아이템을 죽이기 위한 여정에 가까웠고, 사실상 지금의 게임 구조를 만들어낸 공신 아닌 공신이 되어 버렸다. 이 약믿과 그걸 진행했던 개발사쪽은 사실상 게임 디자인을 박살내 버린 원흉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의 던파가 하드한 리셋을 선택하는 것도, 게임 내 경제를 위해 골드를 소모하는 수단을 계속해서 찾는 것도, 게임 내에 일종의 대박 요건을 만들어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뭐 하나 제대로 선택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린 원흉.
뭐, 골드 시세 잡는 거야 간단하다. 뻔한 답이 있는데, 사실 이게 정답이라 이후 하는 말은 사족에 가깝긴 하다. 바로 더 많은 유저들을 유입시키도록 게임을 재밌게 만들기. 더 커진 규모는 어떻게든 경제를 굴러가게 만드는 게 사실이니까.
현재 던파의 기준을 바탕으로 핀포인트 식의 '호불호가 갈리는' 답을 제시하자면...
첫째. 다계정 통합하기. 현재 던파엔 네오플 계정과 넥슨 계정, 네이버 등으로 동일 명의의 다계정을 만들 수 있는데, 이걸 다 하나의 계정으로 통합시키는 게 첫번째다. 현재 던파의 경제구조는 계정단위로 묶여져 있는데, 1계정 5개 캐릭터가 받는 제한이 5계정마다 하나씩 존재하는 5개 캐릭터의 제한보다 훨씬 적은 건 당연하다. 던파 쪽에서 무슨 계산을 하건, 저 다계정 유저는 그 제한을 적게 받고, 1계정 유저는 그걸 고스란히 다 두들겨 맞으니 의도된 효과는 안나오고 일반 유저는 힘들다는 말이 같이 나오는 거다.
둘째. 세라 아이템을 상점에 바로 판매하는 것 막기. 유저간에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게 정답이고, 골드가 찍혀나오지 않게 아예 계정 귀속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부차적인 수단일 것이다. 유저끼리 골드를 돌게 만들어야지 유저가 골드를 찍어내도록 만들면 안된다. 이러면 절대로 인플레를 못잡는다. 다만 사실상 게임사를 낀 환전같은 느낌에 한 없이 가깝고, 매번 변동하는 게임 내 재화의 가치를 매번 세라 아이템에 반영하는 게 어렵기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점을 감안하긴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하고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셋째. 골드 파밍던전 삭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중에 하나로, 골드만 파밍하는 던전이 왜 필요한 지 모르겠다. 이건 상위권 유저에게 던파가 그만큼이나 제공할 수 있는 보상이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이전의 일반던전의 골드파밍이 문제되었던 것도 사실 잘 이해가 안됐다. 캐릭터가 도는 만큼 그에 거의 정비례해서 골드가 생산되는 것일텐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게임사의 계산 범주 내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실제로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사람에겐 없어서는 안되는 구조였던지라 쉽게 건드리지 못하다, 온갖 방식으로 성장 시스템을 건드린 후에야 비로소 건드릴 수 있었던 게 참... 실제로 골드 파밍 던전을 손 본다는 이야기도 있기도 한데, 아예 이런 식으로 골드 파밍 과정을 손보고 싶다면 극단적인 수도 써봄직 하다. 일반던전들에선 아예 골드가 안나오게 하는 식으로. 욕은 옴팡 먹겠지만.
넷째. 잊혀진 땅 삭제. 수리 쿠폰 삭제. 수리비 할인 버프 삭제. 고뎀캐 무기 내구도0일 때 데미지 퍼뎀캐와 같이 하기. 물론 기존 수리비를 반대로 좀 깎는 식으로 심리적인 저항선을 낮춰야 겠지만.... 현재 던파상 소득세 내지 소비세에 가까운 게 이 수리비인데, 반대로 너무 높다보니 이걸 내지 않는 식이 되어 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소위 작업장, 꾼들 잡기. 사실 던파의 역사는 이들과의 전쟁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실 이긴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죽하면 커넥션썰이 불거졌었고, 실제로 이와 유사한 방식의 비리가 밝혀지기도 했었다. 이건 경제 시스템과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영향은 많이 받으니까.
사족1. 써놓고 한참 방치하다 대충 마무리해서 올린 글이다. 그 사이 디렉터 뭐시기를 한다 발표가 났다. 과연?
사족2. 성장메타가 과연 끝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의 격렬한 이론이 오가고 있다.
사족3. 사실 던파내 경제문제는 부차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새로 나오는 컨텐츠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계속해서 출시됐다면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