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치지직에서 스트리머 간담회를 했는데, 거기서 같이보기에 대해 불만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최근의 같이보기인 무간도와 배틀로얄에 대해 청자들이 그리 반응이 좋지 않아 "대체 누가 선정하는 거냐"며 직접적으로 어필한 스트리머가 있었다고.
거기서 나온 대답은 "저작권 관련 문제가 있어 모두가 만족할만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식이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전해 들은 것을 다시 옮기는 것이라 정말 이렇게 나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여하튼.
실제로 각 제작사들과 저작권자들이 ott 시장에서의 자기들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하는 행동들을 보노라면, 네이버의 저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네이버 입장에선 본 사람이 적은 최신작을 갖고 오기도 어려울 테고, 따로 홍보가 필요없는 스테디셀러를 가져오기도 힘들 거다. OTT별 독점 콘텐츠나, 헐리우드의 초대규모자본이 투입된 영화들을 갖고 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종종 어벤져스 시리즈나,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쪽은 네이버가 아니라 다른 OTT업체가 나서도 따오기 쉽지 않은 작품들이다. 기존 OTT에서 내리고 자사의 신규 OTT에 독점으로 올리고 있는 수순인데, 이걸 풀어버리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적당히 인지도 있고 인기있는 신작들을 가져오면 되는 거 아니냐? ...라고 하는데, 이 또한 기존 OTT업체가 제작단계에서부터 계약해놓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져오기가 어렵다. 난이도로만 치면 상단의 독점 스트리밍 콘텐츠보다 더 따오기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여기에 더해 자사와의 계약이 끝나도 일정기간은 경쟁업체에 제공치 않게 하는 계약이라던가, 혹은 기존에 함께하던 업체들끼리 어느 정도 가격을 형성해놓은 영향도 있고.
결국 네이버같은 후발주자, 거기다 전문 OTT는 아니며, 콘텐츠 같이보기 식의 변칙적인 운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잊혀진 명작을 가져오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독점과 경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면서, 인지도는 있고 평가도 좋은.
문제는 이거다. 첫번째는 볼 사람은 다 본 거 아니냐는 것, 둘째는 제작된지 오래된만큼 영화 자체의 재미와 별개로 고리타분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는 것, 셋째는 열렬한 팬층이 부재하다는 것. 명작이라서 볼 만한 사람은 대충 다 봤고, 안 볼 사람은 평생 볼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개봉한지 시간도 꽤 지나 열렬하게 반응해주는 팬층이 적으니...
그러한 측면에서, 배틀로얄과 무간도는 충분히 납득이 가고, 또 합리적인 채택이었다.
첫째. 배틀로얄과 무간도는 후대에 끼친 영향이 지대한 콘텐츠들이다. 전자는 배틀로얄류라는 장르가 만들어지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작품이고, 후자는 무간도류라는 느와르와 스릴러가 뒤섞인 스파이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있고, 후자는 뭐 말할 것도 없이 영화 신세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에서의 같이보기는 단순히 재미있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는 데에 목적이 있지 않다. 함께 즐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는데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무간도와 배틀로얄은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문화의 흐름에 대해 조망할 수 있는 콘텐츠는 사실 높은 점수를 얻을 수밖에 없다. 오래되었음에도 시대를 초월하는 요소가 담겨 있는 것.
둘째. 콘텐츠의 차별화. 오래되었기에, 반대로 기존의 콘텐츠들과 차별화하는 측면이 있다. 나같은 경우, 주변에서 그래도 영화를 좀 본 케이스로 꼽히는데, 배틀로얄과 무간도2는 정말 처음 봤다. 물론 배틀로얄의 경우 원작 소설과 만화를 봤다. 무간도의 경우는 1편은 봤고, 속편의 존재는 알고 있었던 경우다. 아마 나같은 경우가 대다수이지 않았을까? 영화 배틀로얄은 21세기 초 엽기콘텐츠의 파도 아래 건너왔던 여러 자극적인 콘텐츠 중의 하나였고, 무간도2는 1편의 대흥행 이후 추가적으로 제작이 결정된 케이스여서 완성도나 이야기적인 연속성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왔던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은 누구나 존재는 알지만, 실제로 본 적이 적은 작품들이다. 이 둘은 충분히 여타의 콘텐츠들과 차별화가 가능하다.
셋째. 라이센스 비용. 결국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 오래된 콘텐츠일 수록 저렴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문화적인 영향력이 크다는 것과 기존 콘텐츠와 차별화된다는 것은 결국 이 콘텐츠의 한계를 표현하는 다른 말들이기도 하다. 나왔는지 꽤 됐고, 인지도는 있지만, 정작 본 사람들 그리고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다는 소리니...
이 세가지 이유를 서류상으로 보게되면, 이 영화들을 고르지 않을 수 있을까.
특히 이 영화들은 순수한 재미를 보장해 준다. 실제로 같이보기 이후 이 영화들에 대한 반응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너무 오래된 거 아니냐, 볼 사람들은 다 본 영화다"라는 비판은 여전히 힘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조가 계속된다해도 결코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뽑은 더 큰 문제는 이만한 영화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까 정도이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