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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커뮤발 여성징병제의 가능성은 낮다

알숑규's diary 2024. 11. 19. 09:00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도는 여성징병 떡밥이 있다.

 

이스라엘도 하는데 한국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뭐 대충 그런 이야기들이 쿨타임만 돌면 눈에 보인다. 이에 대해 이런저런 갑론을박이 있는데, 사실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개인의 신념이나, 정치적 이념, 선거 승리를 위한 계산 등을 떠나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엄청난 기술적 혁신이 도래한다면, 그 가능성은 생각보다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 인체의 강약을 무시할 수 있는 파워드슈트 등의 기술 개발이라거나, 무인드론 등의 기술이 크게 발전하여 전장에 사람이 투입될 필요가 없어진다거나, 체외수정과 인공자궁 시설 등이 당연시되어 여성이 임신할 필요가 없어진다거나 하는 식이 된다면 말이다. 사실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근 100여년 내에 실현될 수 있는 기술들이라고 한다.

 

 

 

 

뭐 어쨌거나, 현 시점에서 여성 징병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크게 다섯가지다.

 

일단 생물학적인 차이. 남성이 여성에 비해 외부 자극을 견디는 게 강하고,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투쟁에 더 적합하다. 남녀평등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생물학적인 차이가 있는 존재다. 몇몇 예외는 있을지언정 이것은 어찌 달리 있을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여성에겐 출산이 걸려있다. 종의 존속이라는 측면에서 여성은 많은 피해를 받았지만, 동시에 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같은 부족의 남자 모두가 죽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기도 했다. 여하튼 이러한 사유로 인해 전쟁은 오랜 시간 남자의 것일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둘째로 현 군대의 시스템이 여성징병에 적합하게 구성되지 않았다. 아주 단적인 에피소드가 있는데- "한 부대에 여군 한 사람이 파견을 왔다. 해당 부대엔 여성 전용 시설이 전무해서, 결국 특정 건물의 화장실을 통으로 남자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2000년대 초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전형적인 군대식 일처리인데, 아마 여성징병이 이뤄지면 이런 식으로 그 피해를 현역 병사들이 감내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점진적으로 여군의 숫자를 늘려간다고 한들, 애초에 군대는 최저치를 만족하는 수준으로 환경을 개선해왔기 때문에, 그 과도기는 상상 이상으로 길어질 것이고, 이 과정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현역병사들은 계속해서 이런저런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로 남녀 혼성 부대의 전투 부적합성이다. 부대내의 성차별이나 성범죄는 일단 차치하자. 사실 이 부분은 한국은 물론 다른 선진국들도 지금 제대로 해결 못하는 큰 문제지만... 여하튼 포커스를 일단 전투에만 맞춰보자. 그리고 여군이 남자병사만큼 전투력을 갖추었다고 전제하자. 남성의 경우, 남자 전우가 전투중 사망하면 피가 돌아 반쯤 미쳐버려 보다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서는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여자 전우가 사망하는 경우는 다르다. 아예 멘탈이 나가 버린다고 한다. 결국 아무리 첨단 기기로 자신을 무장하더라도 전쟁의 본질은 세력다툼, 싸움이고, 이것은 달리 말하면 원시시대부터 이어져오는 인간의 본능의 연장이다. 남성에게 있어 다른 남성은 함께 적을 물리치는 동료지만, 여성과 어린이는 무리를 뭉치게 하는 일종의 보호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건 인류라는 종이 선택했던 생존전략에 따른 결과이며, 남성이 여성과 함께 전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여자 동료가 죽는 것은 곧 무리의 붕괴로 인식한다는 것. 실제로 코끼리도 종족단위의 생존전략상 암컷과 새끼를 보호한다. (그렇다면 남자만으로 이뤄진 부대, 여자만으로 이뤄진 부대 따로 운용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은 되는 거 같은데, 여성만으로 이뤄진 부대가 실제 군공을 세웠다는 경우는 정말 극악한 상황인 경우만 알고 있고, 대개는 상징적인 존재들이라... 또 뭣보다 타 부대와 협력이 전제되는 게 당연한데 혼성부대를 배제하는 것도 사실 말이 안된다.)

 

네번째는 바로 역할 분배다. 현대사회에서의 전쟁은, 얼마나 자원을 폭발적으로 소모하면서 망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그리고 이 자원에는 인간의 생명과 노동력도 함께 포함된다. 남자는 전장으로 간다. 그리고 여자는 일터로 간다. 전쟁났다고 모든 걸 올스톱하고 전쟁에만 매달릴 수는 없으니까. 물론 이건 칼처럼 구분되는 건 아니다. 다만 현대사회는 이것을 대전제로 삼고 있다. 과거 미국의 경우, 젊은 남자들이 전장으로 떠나자 여자들이 그 자리를 메꾸었고, 이로 인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었다고 한다.

 

마지막이 바로 인구부양이다. 전쟁으로 가장 많이 소모되는 자원을 채우기 위해선 남자가 많은 것보다 여자가 많은 것이 유리하다. 그 자원이 뭐냐고? 바로 인구다. 땅과 함께 국가가 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자원. 엉망진창이고, 또 노골적인 비유지만, 남자100명과 여자1명은 102명이 된다. 하지만 여자100명과 남자1명이라면 201명이 된다. 예전 일본이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했던 바 있고, 현재 러시아도 거의 이와 같은 느낌이다. 뭐, 고대부터 시작해서 남자가 죽어나가면 으레 당연히 있었던 일이기는 하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이 단계까지 오면 막장 중에 막장 트리를 탄 것이겠지만.

 

 

실제로 여군을 메인으로 다룬 콘텐츠가 여럿 있긴 한데, 열에 아홉은 남성을 여성으로 대체하는 수준을 넘기 어렵다. 현실성을 살리면서, 여군이 메인으로 활약하는 장르는 애초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뭐, 이렇게 저렇게 길게 썼는데- 전쟁이 안나는 게 최고긴 하다.

 

 

 

 

 


 

 

사족1. 현 군대의 형식이 아닌 사회봉사 형태로 운용은 가능한 것 아니냐, 비전투병과로는 가능하지 않냐는 이야기도 꽤 봤다. 전투병과로 운용하겠다는 것에 비하면 가능성은 비교조차 못할 정도로 크긴 한데, 이건 약간 별개의 이야기 아닌가 싶다. 어차피 전쟁 내지 그에 준하는 사태가 난다면 거의 그 경계에서 일을 하게 될 테니.

 

사족2.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꼽히는 것 중에 하나로 징병제로 꼽히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외국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가 되면 사회에 진출하는데, 한국은 이 징병제와 대학생활, 취업활동 등으로 인해 일러도 20대 중반, 늦으면 30대에 이르러서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이는 한국이 늙은 사회가 되는데에 크게 일조하고 있고, 더 나아가 저출산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로 인해 병생활을 줄여 현재 1년 반에 이른 상황이고, 이조차도 부족해서 월급도 크게 높였다. 이걸 높으신 분들도 다 알고 있다. 근데 이걸 없앨 수가 없으니 저러는 건데...

 

사족3. 다만 이러한 고민도 문서의 서두처럼 100년짜리 고민이 될 수도 있다. '기술이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말은 전쟁도, 육체적 차이도, 병력도, 심지어 인구에도 적용이 되는 셈이다.